잡념

[俳句] 하이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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蝉時雨子は担送車に追つけず

-石橋秀野

 

매미소리 쏴-

아이는 구급차를

못 쫓아왔네.

 

해군 훈련소 6주를 버티다 우연히 접한 하이쿠다. 하이쿠는 5.7.5의 음수율을 가진 일본의 정형시인데, 처음 봤을땐 시로 느껴지지도 않았고, 어떤 감상도 없었다. 하지만 이 시의 배경을 알게되면서 하이쿠에 빠지게 되었다.

 

이시바시 히데노가 이 俳句를 지을 당시인 1947년엔 쿄토에 결핵이 유행했었다한다. 그리고 이시바시 또한 결핵환자였다. 병이 심해져서 곧 죽음을 앞두게 된 이시바시는 구급차에 실려가게 된다.

이를 보는 그녀의 딸이 구급차를 쫓아간다. 하지만 아이의 짧은 다리로써는 구급차를 따라갈 수 없었다. 매미들이 시끄럽게 우는 가운데 아이도 함께 울고, 병실에서 이시바시는 눈물을 흘리며 매미소리를 듣는 수 밖에 없었다.

 

놀랍지 않은가. 시의 배경을 조금 알게된 것 만으로 감상이 전혀 달라진다. 하이쿠의 음률을 맞추려 생략되고 함축된 부분이 처음엔 의아함을 자아내고 이후엔 깊은 여운과 감탄을 자아낸다.

 

蝉時雨(せみしぐれ) 처음엔 잘 이해가 가지 않아서 알아보니 季語(계어, 키고)라는 것이었다. 키고를 가지는 것은 하이쿠의 특징 중 하나로 모든 하이쿠는 자신의 계절을 가진다고한다. 蝉와 時雨를 합쳐 한 단어로써 억수같이 내리는 빗소리처럼 울어대는 매미의 모습을 그리고 형상화함으로써 한여름을 표현한 것이다.

 

追ひつけず(ひつけず) 에서 ず는 切れ字(키레지) 다. ます 나 -です를 사용하지 않고 시적허용으로 운율을 주기위해 ず를 사용한 것이다. 

 

이런 정형시가 가지는 독특한 매력이 있다. 규율 속에서 만들어져 정제되고 간결하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공허함과 여백이 주는 아름다움이 있다. 앞으로도 종종 다양한 하이쿠를 읽어보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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