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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우표에 적힌 바쇼의 하이쿠다. 저번에 바쇼의 하이쿠를 찾아보려다 넘어갔으니 지금 한번 찾아보다 마음에 드는 하이쿠가 있어 남긴다.
行春や鳥啼魚の目は泪
(ゆくはるや とりなきうおの めはなみだ)
가는 봄이여, 새는 울고, 물고기의 눈에는 눈물.
키고는 봄인 것 같다. 하지만 키고가 중요하게 느껴지는 하이쿠는 아니다. 물고기의 눈물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물고기가 눈물을 흘린다면 어떨까. 사방이 물로 둘러싸인 물고기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는 것을 그 옆의 물고기는 알 수 있을까. 물고기 자신은 자신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는 것을 알까. 온통 슬픔에 침식된 이는 자신이 슬픈지조차 알지 못한다.
동음이의에 대해서도 흥미롭게 바라볼 여지가 있다. 유명한 얘기지만 프랑스에서 나비와 나방은 둘다 구분하지 않고 빠삐용(papillon)이라고 부른다. 이들에게 나방과 나비는 조금 다르게 생긴 '빠삐용'인 것이다. 우리가 빠삐용에게 나비라는 이름을 붙임으로써 나비는 나비가 된 것이고, 나방은 나방이 된 것이다. 어쩌면 개념이라는 것은 우리가 명명함으로써 발생된다고 볼 수 있겠다.
바쇼는 짐승들의 울음소리를 나타내는 啼로 새의 울음을 나타냈다. 하지만 뒤에 이어진 물고기의 눈물은 とりなき가 鳥啼 인지 鳥泣인지 구분되지 않게한다.
즉 바쇼가 바라보는 세상에서 새는 울음으로써 대화한다. cry와 tweet이 구분되는 미국이나 유럽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泣き声(なきごえ)와 啼声(なきごえ)가 같은 일본이나 울고(泣) 우는(啼) 한국의 새들은 울음으로써 대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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