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夜如何其夜未央
밤이 얼마나 지났는가. 아직 절반도 못 되었네
繁星粲爛生光芒
뭇별들이 눈부시게 빛을 내누나.
深山幽邃杳冥冥
깊은 산 그윽한 골짜기 어둡기만 한데
嗟君何以留此鄕
그대는 어이해 이 고장에 머무는가.
훈련소 동기가 몰래 가져온 책을 통해 접한 김시습의 夜如何라는 시의 일부였다. 인상이 강렬해 노트에 옮겨적었던 몇가지 글 중 일부였다. 저자 김연수의 설명은 김시습이 마주한 상황의 암담함을 더욱 선명하게 전달해주었다. 김시습은 이 시에서 '杳冥冥'이라고 그러니까 어둡고 어두울 정도로 어둡다며 세번이나 어둡다는 말을 썼다. 김시습이 마주한 어둠은 과연 어떤 것이었을까? 당시는 선조가 의주파천을 하던 때였다. 그때의 어둠에 비할 수는 없겠으나 군입대를 위해 포기해야만 했던 소중한 것들에 대한 억울함과 훈련소에서의 죽은 시간들을 어떻게든 활용해보려 발버둥치던 모습이 스스로 비참해 몇번이고 곱씹던 시였다. 운이 닿아 지금은 어떻게든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곳에서 군생활을 보내고 있다. 杳冥冥였던 때의 심정을 잊지 않으려 글을 남긴다.
728x90
반응형
'잡념'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물고기의 눈에는 눈물 (0) | 2022.05.12 |
---|---|
찻잔 속의 금붕어 (0) | 2022.04.16 |
[俳句] 이 숯도 한때는 (0) | 2022.01.23 |
[俳句] 하이쿠 (0) | 2022.01.22 |